분노의 낙서질


2009. 07. 17


2010. 11. 08

[2011]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영상물

 잠도 안오고 왠일인지 어제 지인 중에 마마마 감상 때린 사람이 많아서.. 나도 대세에 동참. 가장 큰 이유는 잠이 안와서 ㅇㅇ.. 트위터에 쓰듯이 가볍게 써보렵니다. 

미리니름 존재

[4th Album] SID-Sound - CastorPollux 음반


SID-Sound - [4th Album] CastorPollux

 1. intro
 
 밤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인트로다. 아련한 사운드가 무척 마음에 든다. 차차 고조되다가 1번 트랙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성을 통해 효과적으로 앨범에 몰입하게 된다.

 2. CastorPollux

 4집 데모판을 들으면서 가장 기대했던 곡이다. 미디엄한 템포의 드럼에 기타를 베이스로 피아노 디테일이 가미되는데, 전자음의 적절한 사용으로 시드 사운드 본연의 발랄한 분위기도 잘 살리고 있다. 1절의 도입부는 피아노와 약간의 전자음만으로 담백하게 꾸리다가 드럼과 피아노가 차례로 도입되면서 곡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후렴부에 들어갈 때, 피아노와 코러스가 재차 덧입혀지며 생기는 디테일이 몹시 마음에 든다. 2절에선 이 긴장감을 끊지않고 그대로 이어가며, 후반부로 돌입하면서는 능숙하게 텐션을 조절하다 절정으로 나아간다. 극적 구성도 무척 완성도가 높고 그에 따른 악기 배치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희망의 순간을 그린 가사가 굉장히 감동적이고, 보컬 또한 이 벅찬 감정을 무척 잘 표현했다. 다만 훌륭한 후반부에 비해 초중반부의 힘조절은 아쉽다. 부드러운 곡인만큼 좀 더 힘을 빼고 편하게 부르는 편이 듣기 좋았을 것 같다.

 3. Princess

 도입부부터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banami 보컬의 보이스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시드 사운드의 밴드 음악을 과도하지 않은 달콤함으로 풀어냈다. 곡 전체가 자잘한 사운드로 꽉 채워져있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듣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상당히 듣기 편한 곡이다. 전작 Miracle Planet의 Blow A Kiss 처럼 이중 정서를 가지고 있는 곡인데, 가벼운 사운드에 은근한 쓸쓸함의 정서를 놓치지 않고 담았다. 다만 그만큼 보컬이 곡의 해석에 신경을 써야하는데, 듣고나면 귀여운 목소리만 귀에 남는 걸 보니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4. Holy Memories

 예상치 못한 인트로가 즐겁다. 가벼운 사운드와 무거운 베이스가 조화를 이루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전자음 구성으로 곡에 생기를 더했다. 전체적으로 강약 조절이 훌륭하게 잡혀있고, 보컬 또한 곡의 포인트를 잘 잡아서 표현했다. 특히 깔끔하게 부른 도입부가 무척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이 보컬은 드라마틱하게 부를 때보다, 이렇게 담백할 때가 듣기도 편하고 마음에 든다. (Bless my name, Aroma de la familia) 미니멀하게 불렀음에도,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것 또한 만족스럽다. 여러모로 보컬과 곡이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 매력적이었다.

 5. Hero

 확실한 멜로디 라인과 안정감 있는 반주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참 미묘했던 곡이다. 그냥 딱 평균적인 시드 사운드의 트랙 이상 이하도 아닌 느낌이다. 들을 땐 나쁘지 않지만, 앨범을 다 듣고나면 다시 골라듣고 싶은 트랙은 아니다. 가사가 상당히 비장하고 한편으론 서사적인 면도 있는데, 그런 무대적인 요소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편곡을 아예 애니메이션풍으로 가던가, 완전 밴드로 가던가 했으면 좋았을텐데, 양쪽 다 잡아보려다 평범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아쉽다. 보컬은 역시 고음부에서 버거운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잘 소화했다.  

 6. Twillight

 속력이 느껴지는 비트와 존재감 있는 전자음이 만나 시원시원한 곡을 뽑아냈다. 간주에선 현악기가 멜로디 라인을, 보컬부에선 피아노가 멜로디 라인을 맡고, 전반부와 후반부는 일렉 기타 연주을 메인으로 통일감을 줘서 구성을 풍부하게 했다. 강약 조절에 있어서도 휘몰아치던 사운드를 완전히 죽였다 살렸다하면서 텐션을 통제한다. 과감한 악기 배치에도 불구하고 균형이 잘 맞아 떨어져 매력적으로 들린다. 다만 개인적으로 현악기 라인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해 가볍게 들려서 좀 거슬렸다. 그리고 고음부에서 보컬의 파워가 더 강했으면 했는데 약간 아쉬웠다. 곡의 극적 구성상, 후반부의 고음은 아주 강하게 치고 나가는 쪽이 강렬헀을 것이다.  
 
 7. Ignition

 처음 영상으로 들었을 땐 정말 별로였던 곡이다. 다른 것보다 멜로디가 너무 안일하다고 느꼈다.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던한 전개에 실망이 컸는데, 막상 앨범을 받아 계속 듣다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감히 이번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뽑고 싶다. 이 곡의 매력이라면, 역시 절제하지 않고 마구 폭발시키는 듯한 사운드다. 첫 부분에 현악기를 통해 차례차례 텐션을 올리는 부분은, 자칫하면 촌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그 점을 찔러서 직설적으로 사운드를 끌어올리고 있다. 게다가 스케일이 큰 노래에서 놓치기 쉬운 디테일도 제대로 잡아주고 있다. 불타는 사운드와 대조적으로 보컬부는 텐션을 한톤 낮춰서 따라가게끔해 균형을 훌륭하게 맞추고 있다. 보컬이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며 부르는 게, 이제 이 쪽 노래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구나 싶는데, 그전까지는 버거운 멜로디에 끌려다녔다면, 이번엔 어느정도 곡을 통제하는 듯 했다. 개인적으로 (Reminiscence overture - Lost Generation - Diamond Dust - Loop) 계보의 완성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8. Lucky Striker

 딱히 시드 사운드의 이름을 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본격적인 밴드 음악이다. 첫 소절부터 높은 텐션으로 치고 들어오는 곡인만큼, 전체적으로 굉장히 도발적인 느낌이다. 그런 도발이 허사로 끝나지 않도록 후렴구에서도 재차 멜로디를 쫙쫙 뽑아서 절정으로 달려간다. 보컬이 강렬한 고음부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한편으론 곡 해석 자체는 꽤 영리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기량에 비해 어려운 곡을 소화하려고 한 것치곤 듣기 좋았다. 전자음이 거의 배제된 밴드 사운드인만큼, 라이브에서 직접 보는 쪽이 더 신이날 것 같다.

 9. Magical Night

 새벽녘 공원에 나와서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르는 것 같은 도입부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이 곡은 시드 사운드의 음악이라기 보다, 다른 인디 밴드의 곡처럼 느껴진다. 멜로디부터 악기 구성까지 기존의 시드 사운드가 추구하던 애니메이션적인 곡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물론 시드 사운드의 악풍이 일부 느껴지긴 했지만,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 혼란스러움을 일단 접어둔다 쳐도, 개인적으로 멜로디나 반주 구성에서 이렇다할 매력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완성도도 높고 안정감도 있는, 평범하게 좋은 노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매니악한 사운드가 아닌 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0. 노스텔지아 (Nostalgia)

 1번 트랙과 마찬가지로 데모판을 듣고 무척 기대했던 곡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곡의 극적 구성이 흥미롭지 않고 좀 평이했다. 후반부에 악기 배치를 좀 더 과감하게 하고 디테일을 신경썼더라면 좋았을텐데, 내내 입체감 없는 반주탓에 생각보다 카타르시스가 강렬하지 않았다. 이 곡의 80%는 보컬이 했다고 본다. 밋밋한 반주를 특유의 드라마틱한 보이스로 살려냈다. 가사를 한자 한자 음미하면서 부른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 구절이 정성스럽고 인상적이었다. 애절한 감정이 기승전결을 갖추고 표현되었고, 마무리의 여운 처리까지 훌륭했다. 곡이 사랑받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소중하게 부르는데,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이 보컬은 하얀 기적 때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 곡으로 다시 최대치를 갱신한 것 같다. 여태까지 시드 사운드에서 나온 노래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노래 자체는 아쉬웠지만 멋진 보컬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한 곡이다.

 11. 나 뿐이라도

 Lucid Dream을 좋아했던 필자로선 이 곡도 참 기대가 되었다. 슬프지만 따뜻한 시드 사운드표 발라드다. 피아노 반주를 메인으로 부담없는 곡을 완성했다. 악기 구성은 평이한 편이라고 생각되는 데 비해, 멜로디가 충실한지라 듣기에 크게 지루한 구석도 없고, 금방 따라부르게 된다. 보컬 특유의 포근함과 조근조근함이 곡에 참 잘어울린다. 꽤 깔끔하게 부른 편이지만, 개인적으로는 Lucid Dream 때처럼 좀 더 담백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4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느낀건 완성도였다. 곡 개개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도 통일감이 느껴졌다. 트랙 구성도 마음에 들고, 자켓이나 CD 디자인 같은 부분에서도 신경을 쓴 게 많이 보였다. 충분히 제값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퀄리티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대중적 음악에 부합하려는 모습이 꽤 엿보였고, 시도 자체는 어느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대가로 기존의 색깔은  옅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애니메이션/게임 음악의 블루 오션으로서의 시드 사운드에 큰 매력을 느끼고 들어온 필자로선 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마저 Ignition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대중성과 타협하는 것보다 오히려 좀 더 매니악한 방향으로 가서 시드 사운드의 영역/색을 확고히 했으면 싶지만, 음악에 대한 취향적인 아쉬움을 있을지언정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었기에 더이상은 왈가왈부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좋은 음악을 계속 들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리뷰] 자영의 소나닐 ~ What a beautiful memories ~ 게임



자영의 소나닐
~ What a beautiful memories ~

ㅡ 지금은, 없어졌어야 할 것들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 네타는 보이지 않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 

 전작, 백광의 바르시아로 끝나나 했던 What 시리즈의 신작이 등장했다. 타이틀은 자영의 소나닐. 역시나 What 시리즈 다운 괴랄한 제목 센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삘이 나는 포스터 한장으로 흥미를 돋구더니 멋진 오프닝 영상으로 기어이 필자를 낚고 말았다. 공개된 시놉시스도 무척 흥미로워보였다. 5년전, 원인불명의 대재해로 파멸한 뉴욕, 그 곳을 찾아가는 여인과 또다른 세계의 소녀.둘 사이의 미묘한 연관관계와 What 시리즈 특유의 매력적인 스팀펑크 세계관이 얽히면서 탄생한 스토리에 제대로 구미가 당겼다. 


자세한 감상.

박민규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기타 소설


박민규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평범한 어머니와 탤런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나'는, 아버지의 외도로 상처받은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홀로 서울로 돌아와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인 '요한'과 만나 안정된 삶을 지내다가 우연히 '그녀'와 만나게된다. 같은 백화점 직원인 '그녀'는 엄청난 추녀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당신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가? 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다. 이런 책을 쓴 저자조차도 후기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남자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단지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추한 것보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게 마련이다. 더 좋은 유전자를, 더 좋은 것을 세상에 남기기 위한 인간의 본성 탓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요즘 세상은 그 이상으로 美를 추앙한다. 동시에 추한 존재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아를 폄훼당한다. 더이상 뚱뚱한 건 여자도 아니며, 180cm 이하는 다 루저인 세상이 오고만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걸까? 본 작품은 그런 현상에 대한 작가 나름의 리포트다. 

 미인에 대한 과도한 추앙엔 그 역인, 추녀에 대한 과도한 경멸이 함께 한다. 미녀에게 관대한 세상일 수록, 추녀에게 흉폭하다. 작가는 이를 '미남과 추녀의 로맨스'라는 설정을 통해 사태를 반추한다. 주인공인 '나'는 탤런트인 아버지의 피를 받아 평균 이상의 잘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외도에 대한 상처 탓에 '잘생김'을 앙모하는 현실을 불편하게 여기게 된다. 동시에 그런 아버지에게 평생을 숙주처럼 살며 희생해온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겹쳐, 백화점에서 만난 '그녀'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나'와 '그녀'는 미남과 추녀라는 대척점에 있는 유형의 사람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상의 편협한 시선에 상처받은 인물이란 점에서 동일선상에 놓인다. '요한' 역시 미인이었던 어머니의 불운한 삶을 통해 상처를 앓고 있는 인물이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현재의 과격한 미인, 부, 명예, 권력같은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해부한다. 

 결과적으로 물질주의적, 표면주의적인 현재의 세계는 소수가 아닌 다수, 우리의 시선과 사고에 의해 생겼다는 것이다. 미인은 그 자신이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미인이 아니라,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미인이 되는 것이다. 과거엔 마릴린 몬로같은 통통하고 글래머러스한 여성들이 '부러움'을 받았지만, 현재는 소녀시대처럼 마르고 날씬한 여성들이 '부러움'을 받는 시대다. '부러움'을 이행하는 주체는 소수의 미녀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확인받고 다시 비교하면서 자존감을 획득한다. 하지만 실제로 부러움을 받는 사람들은 1%도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99%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1%를 부러워함과 동시에 그 안에 들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 '부끄러움' 때문에, 우리는 추녀를 매도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의, 지극히 당연한 일면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이런 '당연한 것'이 시대의 흐름을 타면 얼마나 '시시한 것'이 되는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얼마나 잔인한 이데올로기의 산물인지. 그리고 그런 이데올로기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은 모든 이데올로기를, 가치관을 뛰어넘는다. 인간은 사랑의 빛으로 구원받을 수 있고, 비로소 잣대를 떠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신이 인간에게 준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그 이야기의 산물이 바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걱정했던 미남과 추녀의 사랑에 대한 설득력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관해선 만족스러웠다. 어찌보면 주인공의 설정이 '추녀를 사랑하게끔 만든' 존재로서 작위성이 느껴진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작위성은 이전에 연민에서도 말했지만 개개인 마다 느낌과 경계의 차가 클 것 같다. 필자는 이런 부분에 결벽증 비슷한 게 있어서 민감한 편이지만, 죽은 왕녀의 파반느에선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가진 상처를 적절하게 묘사한 탓에 사랑의 과정이 설득력을 가진 탓이다.

 책도 술술 잘 읽혔다. 다만 서사적인 부분에서 뭔가 모자란, 혹은 정돈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요한과 나의 대화, 혹은 나의 사고에 대한 서술 부분인데 직접적인 내용 전개보다 앞서 말해온 '미와 추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들의 사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나름 자연스럽게 녹아들긴 했지만, 작가가 작중 인물의 상황을 통해 자기 할말을 줄줄이 읊는 듯한 게 조금 싫었다. 이 경우는 작품이 서사보다도 주제/메세지에 천착했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주제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서사가 불만족스러웠다. 

 171p. 그녀를 만나기 전의 세계는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여자애들의 전부였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고, 간편한 세계였다. 이뻐와 착해, 그리고 돈 있어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세계였으니까.

 그저 나와 그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 요한과 더불어 셋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주제를 보여줄 순 없었던 걸까? 사태에 대해 한줄 한줄 설명하고 해석하는 방식엔 익숙치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서사적인 문학에 더 익숙한 필자였기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도 나름 이런 서사성의 부족에 대해 염두에 뒀던 것 같다. 결말에서 Writer's cut으로 이어지는 파트에선 작중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드라마'를 강조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이 '드라마'가 별로였다. 굳이 이 드라마가 필요했던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작가가 원하는 메세지의 전달 측면에선 본편의 결말로도 충분했다고 본다. 이후의 파트는 서사성을 보강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사족 혹은 작위적 연출로 보여 아쉬웠다. 인상에 남는 결말이긴 하지만, 작품 전체의 완성도는 낮추는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잘 읽었다. 주제에 천착하는 것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덕분에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고, 좋은 필력 탓에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전해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통증을 담담한 필체로 날카롭게 서사화한 작품이다. 다른 건 몰라도 미남과 추녀의 사랑이란 소재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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