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네 - [1st Album] 압생트 (Absinthe) └큰 리뷰


루네 - [1st Album] 압생트 (Absinthe)


 기쁘다. 우리나라에도 우울함의 미학을 노래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나와서. 그것도 그 섬세한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룰 만한 여성 아티스트라서. 쓰지만 듣다보면 달콤한 보이스의 소유자라는 게 또 기쁘다. 그래서 루네의 앨범을 리뷰하기로 마음 먹기까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특히 좋아한다. 왠지 모르겠지만 여성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가지런하고 디테일한 맛이 있다. 나는 디테일한 음악을 좋아한다. 처음 들을땐 몰랐던 것들이 10번, 20번 들으면서 하나둘씩 나타나는 그런 곡을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남자 가수들보다는 여자 가수들이 이런 부분에 강한 것 같고,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는 가수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다. Joni mitchell, Tori amos, Fiona Apple 최근에 들어선 Alicia keys, Adele, Sarah Bareillis, A fine frenzy, Angela aki 같은 가수들의 곡도 열심히 들었을 뿐 아니라, 요즘도 계속 신선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 와중에 루네의 음악이 호소했다. 허스키한 보이스와 피아노를 베이스로 한 담담한 선율. 몽환적인 선율이 방을 꽉 채우면서 정말 압생트라도 한 잔 한듯한 몽롱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제 그녀의 손길이 얼마나 정갈하게 압생트를 빚어냈을지 맛볼 따름이다. 



  01. The Memory of Nobody 
 
 이런 종류의 인디 음반에서 딱 기대할 수 있는 음악이다. 피아노 반주와 간소한 드럼, 기타의 조합에 루네의 씁쓸한 목소리가 합쳐져 부담없이 귀에 와닿는다. 비오는 날 창가를 보며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곡이다. 루네의 목소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과하지 않게 어필할 수 있고.


 02. Nevermore

 색이 바란 느낌의 루네의 목소리가 울리다 본격적인 도입부로 들어간다. 1번 트랙보단 다소 과감하게 보이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음악부터 루네의 음반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우울함의 사운드가 저변에서 깔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름 달콤한 멜로디가 함께 섞여 과도한 음울함을 제어한다. 1번 트랙에 이어 자연스럽게 루네의 음악 중심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03. 달을 삼킨 소년

 앨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베이스가 된 선율도, 멜로디도 매우 밝고 가볍다. 그러면서도 보컬이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밝은 곡이랄 수 있는데, 다음 트랙인 유리날개부터 이어지는 전면적인 루네의 그늘에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중화시키는 것 같다. 밝기 때문에 대중에게도 어필할 만하다. 다만 대중에게 어필하기엔 곡조의 매력이 부족한 것 같다. 여러번 들으면서 곱씹다보면 점점 더 사랑스러워질만한 곡이지만, 한번에 듣고 매료되기엔 부족하다. 이 점은 이번 앨범 전반의 단점이기도 하다. 보이스와 분위기의 훌륭함에 비해 선율의 매력이 상당히 아쉽다. 


 04. 유리날개

 피아노의 깨끗한 선율이 도입부를 장식한다. 이 선율은 루네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하나가 되며 마침내 그녀가 가진 우울함의 미학을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끌어온 악기들이 하나가 되고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잔잔하게 읊조리던 루네의 창법도 한껏 고조되고, 멋진 카타르시스를 장식하며 디테일한 마무리로 나아간다. 피아노 선율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일성있게 유지되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는 사운드의 중심을 세운다. 4분 남짓한 곡이지만 길지 않게 느껴진다. 필요한 것만 절제해서 담은 훌륭한 곡이다. 다만 대중들이 쉽게 듣기엔 난해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타이틀로 삼았다는 것이 좀 신기한데, 그간의 인디들이 그나마 앨범 중에서도 대중들에게 어필할 만한 곡을 골랐다는 점에 비하면 유리날개의 선택은 기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루네가 자신의 앨범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려한 것 같긴 하다. 이 곡은 그야말로 이 앨범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으니까.

 
 05. 압생트 (Absinthe)

 유리날개에 이어지는 느낌의 곡이다. 유리날개에 비하면 담담하고 차분한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유리날개가 밖으로 표출한 느낌이라면, 압생트는 속에 조용히 담고 읊조리는 느낌이다. 곡조에 있어선 오르고 내리는 임팩트가 강하지 않지만, 반주를 효율적으로 조절해서 고조하는 느낌을 준다. 어쩐지 여러가지 의미에서 유리날개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곡인 것 같다.


 06. 희한 (I'm The Only Sinner In The World)

 루네 음악의 특징인 것 같은데 같은 곡조의 반복으로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악기의 도입이라거나 창법의 변화로 임팩트를 달리한다. 목소리만 남아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런 특징이 음반 전반에 스며있다. 희한은 루네의 보컬이 여러 갈래에서 울리면서 조화를 이룬다. 심심한 구성을 심심하지 않게 보컬로 매듭짓는 곡이다.

 
 07. He sells me

 도입부에선 4번 트랙부터 이어지는 몽롱한 이미지가 극대화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꿈속에서 빠져나와 한껏 기타를 치며 노래해준다. 기타의 반주와 루네의 보컬이 마치 한몸인양 유연하게 진행되는데, 라이브에서 들으면 제법 매력적일 것 같다. 구성도 제법 다채롭게 전개되서 집중하며 듣게된다. 


 08. Alterego

 제 2 의 자아라는 뜻의 조금 독특한 제목의 곡이다. 기타 음이 전반이고 루네의 가라앉은 보컬도 이어진다. 곡의 구성이 마치 한편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데, 귀를 기울이고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어떤 이야기에 빠질 것 같다. 중후반부에 도입되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곡조를 디테일하게 수놓고,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09. 태양끝

 그간 배제되었던 리듬이 밖으로 들어난다. 곡은 여전히 차분하지만 약간 빨라진 템포로 약간 숨가쁘게 곡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깔리는 나른한 베이스 곡조. 디테일이 무척 멋진 곡인데, 여러 악기가 한겹씩 쌓여서 멋진 하나의 곡이 된다. 강하게 호소하는 루네의 보컬도 곡의 다이나믹함을 더한다. 이런 디테일함때문에 내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을 좋아한다. 우울한 선율이 강해, 쉽게 매일 귀에 댈 수 있는 곡은 아니지만 가끔씩 꺼내들으며 식은땀을 흘릴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10. 사라지기 위한 흔적

 이전 트랙의 스케일이 다소 화려했던 탓인지, 다시 간소한 구성으로 돌아온다. 루네의 보이스가 리듬을 타며 울린다. 단조롭지 않은 전개를 위해 진행 과정의 디테일에 신경을 썼고, 보컬의 사용도 적절하게 쓰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보컬의 두세겹씩 쌓이며 몽롱한 느낌을 준다. 후반으로 가면 다시 보컬의 호소가 강해진다. 그래도 왠지 심심한 느낌을 저버릴 수 없는데, 아무래도 이전 트랙들의 임팩트가 강해서 인지 미미한 인상을 준다.


 11. 잠수

 마무리 곡이다. 잠수라는 제목과 2분 남짓한 짤막한 노래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악기의 사용이 많이 자제되었고 보컬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조용히 잠에 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리가 완전히 잦아들고 나서도 앨범이 끝났는 지를 의문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1번트랙으로 돌아가 들어도 위화감이 없을 듯한 느낌이다.



 리뷰를 쓰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선 앨범에 수록된 10곡의 분위기는 상당히 서로서로 비슷하다. 멜로디의 변화와 악기와 보컬의 사용이 약간씩 다른 것을 제외하면 마치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혹자에 따라선 심심한 앨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귀를 딱 사로잡는 대중적이거나 독창적인 멜로디의 부재도 염두에 두었을 때) 별 특별한 인상을 받지못하는 앨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앨범의 분위기가 상당히 확고하다.

 자켓을 봐도 그렇고 이런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내세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겠지만, 그건 이미 루네에게 있어선 큰 문제가 아닐 듯 하다. 애초에 앨범 자체가 대중성에 신경을 썼다기 보다는 자신의 음악세계를 들려주고자 하는 아티스트의 독자적인 고집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앨범은 찾아보기가 쉬운 게 아니다. 큰 호응을 기대할 앨범은 아니겠지만, 그녀의 음악에 끌려 듣게 된 몇몇 사람들에게는 보석이 될만한 앨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기대를 않고 들어본 압생트였는데, 결과적으론 기대를 100% 채워준 건 아니지만 옆에 두고 들어볼 만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한 두번 휙 듣고 둘 앨범이 아니라, 분명 열 번, 스무 번 듣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그런 앨범인 것이다. 게다가 시작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루네의 다음 앨범에선 더 음악적으로 성숙한 곡을 들을 수 있을거란 기대도 든다. 한국제 토리 에이모스의 앨범이다.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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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네 (Lune), Absinthe 2009/10/06 23:52 #

    루네 (Lune), Absinthe (Sha, 2009) '루네'라는 무대명은 달을 뜻한다. '달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몽환적인 사운드를 컨셉트로 잡고 잇다. 살짝 뒤트는 프레이징이 조금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남상아를 연상시킨다. 우연히도 남상아가 몸담앗던 허클베리핀의 레이블인 샤 레이블에서 음반이 나왓다. 사운드는 잔잔한 듯하지만 신경증적이며 신경을 긁는 효과를 낸다. 개성잇고 매력이 잇다. 루네의 목소리는 사실 발성이나 음역에서 제한이 많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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