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은 - 모래선혈 └장르 문학


 하지은
 모래 선혈 
 2009. 7. 11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하기는 무척 이르다. 대충 이번 리뷰는 '첫인상'과 '느낌' 정도에 의존한 글이 되겠다. 좀더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쓰는 글은 이 작품을 몇회독 한 다음에 쓰고 싶다. 상당히 설익은 리뷰가 될텐데 그래도 책임감없이 올리는 이유는 처음 읽었을 때의 감상과 느낌을 보존하고 싶어서다. 아마 정독을 하고난 후엔 이런 느낌을 받기가 힘들 것 같기 때문에. 장문의 리뷰는 1번 정도 더 재독한 후 얼음나무 숲과 함께 싣어보겠다. 읽으시는 분들께 사전 양해를 구하는 바다.

 얼음나무 숲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재밌다'였다. 재밌었다. 음악이라는, 기존의 판타지 소설에선 생소한 소재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가는 판타지의 해석이 흥미로웠다. 슥슥 읽히는 작가의 손담도 제법 훌륭했다.
 작가의 욕심이 살짝 과했는지 초반에 풀어놓던 여러 요소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점이나 후반의 전개는 다소 문제였지만, 그런 점을 용납할 만큼 괜찮은 요소를 갖춘 작품이었다.
 어쨌든 얼음나무 숲은 여러 독자를 홀렸다. 모래선혈의 예약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모래선혈에서 독자들은 뭘 기대했을까? 얼음나무 숲의 매력적인 스토리와 인물에 반했던 독자들이 찾는 건, 역시나 매력적인 스토리와 인물일 것이다. 표지와 제목만 봐도 두근두근한 신작이 도착했겠다. 허겁지겁 뜯어서 읽기 시작한 독자들의 기대에 충족할 것인가.

 얼음나무 숲의 매력에 반해 모래선혈을 구입했을 당신에게 이 말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_-;;

 큰일이다. 얼음과 모래다. 제목만 봐도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모래선혈은... 1회적인 감상이지만 얼음나무 숲과는 상당히 다르다. 180도 다르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모래선혈은 얼음나무 숲에 비해서 독자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전작에 비해 상징성의 활용도 클 뿐더러, 세계관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개인적으로 세계관에서 가장 놀랐다.) 스토리도 전작처럼 쉽게 쉽게 넘어가는 편이 아니다. 인물도 많아졌을 뿐더러 관계도 복잡하다. 이야기의 강도도 전작보다 몇 배는 단단하다. 좋게 말하면 성숙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들하다.
 재미가 덜하다.. 는건 좀 조심스러운데, 전작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는 정도다.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완독했을땐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책의 퀄리티에 대한 문제라기 보다는, 기대했던 점들이 빗나가서다. 다른건 몰라도 지루함없이 줄줄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루했다. 중반부부터 좀 지루하더니 클라이막스로 가는 데도 크게 흥미롭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로 꽉 채워졌던 얼음나무 숲에 비해 모래선혈은 여분을 두고 좀더 메세지(랄까)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모래선혈 자체가 상당히 메세지에 주력한 듯한 작품이다. 

 작중에 보면 대략 "깊이가 없다고 욕해서 깊이를 담으니 재미가 없다고 욕하고, 다시 재미를 담으니 비평가들은 욕하고 독자들은 비웃는다" 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 뿐이 아니고 작품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묻어나는 장면과 대사가 상당히 많다.)   
 전작 얼음나무 숲은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었다. 얼음나무 숲에 대한 모든 리뷰를 다 읽은 건 아니라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작가가 '깊이'에 대한 비평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혹은 본인의 생각에 의한 것인지.
 아무튼 모래선혈은 작가 나름대로 깊이를 추구해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저 부정적으로만 내릴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같은 재미를 기대하며 이번 신작을 접한다면 상당히 실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작과 다른 부분을 기대하며 이 작품을 봤을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모래선혈은 곱씹어봐야할 작품이다.

 얼음나무 숲같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재미를 생각하며 읽노라면 지칠 것이다. 1회독은 스토리만을 기대하며 쫓느라 만족스럽지 못한 독서를 헀지만, 두고 2, 3회독하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판단을 내리고 나니 훨씬 즐거워졌다. 킬링타임으로 구매한 작품이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은 작품으로 결단이 났다. 허투루 킬링타임용이라고 여겼다가 한대 맞은 느낌이다. 

 앞서 아직 이 작가에 대한 평가를 확실히 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어느정도 결론이 난 듯 싶다.

 좋은 작가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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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정주행 - 모래선혈 2009/07/21 17:54 #

    모래선혈 - 하지은 지음/로크미디어 첫 문장을 익는 순간, 머릿속에서 한 문장이 떠올라버렸다. [낚였다!!] 나쁜 의미의 낚였다가 아니다. 월척을 낚았다는말이다. 본디 사려던 책을 사지 못해 대신 들고온 책이었는데, 이건 꿩대신 닭이 아니라 봉鳳을 잡은 격이었다. [이건 뭔가 홀린 기분이다. 문장에서 눈을 뗄수가 없어!!!] 이런 느낌이었다랄까. 핸드폰 알람이 울리지 않았으면 그대로 끝까지 정주행이었을지도. 정말, 어제 새벽에 읽은 책이 다른 ...... more

덧글

  • 리메리 2009/07/15 20:07 # 삭제 답글

    저도 방금 막 모래선혈 읽고 온 참입니다. 앞서 읽은 다른 분의 리뷰는 굉장한 혹평이라 속이 상했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놓입니다:D
  • 절제 2009/07/16 00:27 #

    사실 이번 작품은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면 호평도 늘거라고 믿습니다. 첫인상보다 이후의 인상이 좋을 작품이란 생각이 드네요.
  • 에우리알레 2009/07/21 17:57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전작이 약간 동인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작품은 좀더 '문학'답다고 해야 하나요.
    특히 마지막 챕터는 오페라의 유령만큼 여운이 남는다고 생각 합니다.
  • 절제 2009/07/22 00:42 #

    요새 재독 중인데 전작의 편견을 덜고보니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얼음나무 숲에 비해 작가분의 생각도 많이 엿볼 수 있고 스토리도 훨씬 세련미가 있어요. 엔딩은 늘 훌륭한 것 같습니다. 부러운 능력 ^^
  • 린랑潾浪 2009/08/05 17:28 # 삭제 답글

    어머 ㅠㅠ 모래선혈 혹평이 많나요? 전 모래선혈 리뷰를 절제 님의 글로 처음 시작하는데 댓글들 보니 좀 무섭네요 ㅠㅠ 얼음나무숲도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모래선혈도 전 너무 감동깊게 읽었던 터라… 위에도 쓰셨듯 얼음나무숲과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 굉장히 다른 세계관, 굉장히 다른 인물들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한 작가가 똑같은 글만 쓰실 수 있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얼음나무숲 분위기에서 모래선혈 분위기를 창조해내신 하지은 님이 놀라워요. 아, 정말 이 작가님글은 언제 어디서든지[?] 믿고 읽을 수 있어요ㅎㅎ 너무너무 좋아요. 보석같은 작가님을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혹평이 왜 많은걸까요 ㅠㅠ
  • 절제 2009/08/06 18:49 #

    혹평 정도는 아니지만 전작보다는 덜하다는 분도 있고 반응은 다양합니다.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전작에 비해 상당히 취향을 타는 이야기가 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굉장히 좋았다는 분들도 많은 데 저는 좀 지루하다고 느꼈거든요. ^ ^; 하지만 완성도 자체는 얼음나무 숲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은씨는 뭘 쓰셔도 기본 이상은 해주시니까 믿을 만한 작가분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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